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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종합단문독해

성종영(대명사1)1-30

1-30

When we went there they had no sense of sin at all. They broke the commandments one after the other and never knew, they were doing wrong. And I think that was the most difficult part of my work, to instil into the natives the sense of sin.

늑대, 쥐, 기생충, 바이러스 (김형완님:한겨레에서)

보드리야르의 '적의 계보학' 개념을 빌리자면, 적은 최초 단계에서 늑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늑대는 울타리 밖에 선명한 적으로 존재하니, 비록 그 공포와 폭력의 서술은 시퍼렇되, 전선이 분명한 만큼 대적하기도 단순하고 쉽다.

다음 단계에서 적은 쥐의 형태를 취한다. 쥐는 야음을 틈타 은밀히 우리를 갉아 먹는다. 지하벙커 같은 음습한 어둠을 좋아하며, 울티리를 아무리 견고하게 둘러쳐도 근질기게 집안 깊숙히 들어온다.

우리들의 허술하고 지저분한 비위생성이야말로 쥐에 겐 좋은 서식처가 된다. 쥐의 단계를 넘어선 적은 이제 기생충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부지불식간에 내 몸안에 들어와 기생과 숙주의 관계로 진화한다.

숙주로 하여금 걸신들린 것처럼 먹어대게 하거나, 끊임없이 욕망하게 한다. 내 몸속의 적은 나의 탐욕을 조장하여 자신을 살찌운다. 숙주인 나는 날로 허허로워 치열하게 탐욕을 추구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생충만 살찌울 분이다.

그러나 아직은, 적은 나와 구별되는 타자성을 극복하지 못한다. 그만큼 대적하기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 적이 바이러스의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적과 동지, 내부와 외부, 자아와 타자의 구분이 없어진다. 적이 나인지, 내가 적인지 헷갈린다. 적의 낯선 타자성이 사라지고 어느덧 내 안에 내재화된다. 심지어 적은 나로 하여금 나를 타자화하여 주체를 전복시킨다.

소외와 일탈이라는 비정상성이 일상화되어 정상성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일종의 착란상태라고도 할 수 있겠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언제인가부터 지난날의 가슴 시린 민주주의 기억을 망각한 채 탐욕의 언어를 아무런 부끄럼도, 거리낌도 없이 서로 주고받아 왔다. 고달픈 진실보다 화려한 허위를 택했다.

참과 거짓의 분별보다는, 유불리를 주로 따졌다. 그래서 행복해졌는가. 그 어느 때보다 살 만한 세상이 되엤는가. 자식들에게 부끄럼이 없는 나라가 만들어졌는가.

당신의 적은 지금 어느 단게에 있는가. 늑대인가, 쥐인가, 기생충인가, 아님 바이러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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