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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종합단문독해

단문(명사2) 1-11 해설 동영상

절엔 진리없다: 설악산서 동안거 해제법회 주관한 조오현 스님(한겨레에서)

오현 스님은 7살 때인 1939년에 출가. 신화적인 만행의 일화를 남겨 왔다. 68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해 정지용 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시심을 간직. 한때는 미국에서 접시를 닦으며 만행.

97년부터 만해상을 만들어 만델라, 달라이라마 등 세계적인 인권평화운동가들에게 상을 수여,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별세한 이소선씨를 비롯한 많은 재야인사를 돕고, 수백명의 가난한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준 숨은 실천가다.

"진리는 없다. 절마다 교회마다 방송마다 신문마다 진리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시끄러운 소음이 된 지 오래다"

오현 스님은 "노망기 있는 노승의 설법을 듣기보다 동해 바다의 파도 소리와 설악산의 산새 소리, 계곡물 소리를 듣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젊은 날엔 명산대찰과 천년고찰과 명당에 진리가 있는 줄 알았다"며 한 염장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여년 전 한 신도가 남편이 죽어 염불해 달라고 청해 갔더니 염장이가 주검을 마치 제 마누라나 되는 양 정성스레 염을 하고 관을 덮기에 말을 붙여보니, 자기는 죽은 사람 모습을 보면 그가 후덕하게 살았는지 남 못할 짓만 하고 살았는지가 다 보이고, 죽은 이가 하고 싶은 말도 다 알수 있다고 하더라. 

죽은 사람과 말없는 대화를 통해 죽은 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염장이 이야기 속에 생로병사와 제행무상(일체가 변함)의 진리뿐 아니라 법화경과 화엄경이 다 들어 있더라."

그는 "지금까지 이천년간 팔만대장경에 빠져 죽은 중생이 얼마고 천년 전 조주와 황벽 같은 늙은이들의 넋두리에 코가 꿰인 이들이 얼마냐"며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골동품이고 문화재이지 진리가 아니다"라고 죽은 불조사와 대장경에 철퇴를 가했다.

"대장경의 글과 말 속에 무슨 진리가 있느냐. 여러분이 오늘 산문을 나가 만나는 사람들과 노숙자들의 가슴 아픈 삶 속에서 진리를 찾아라."   

"절집 안에 무슨 진리가 있느냐, 절집은 승려들의 숙소일 뿐"이라며 "당신들만의 천국"을 만들지 말고 함께 세상의 천국과 극락을 만들기 위해 세상 속에서 진리를 찾고 세상과 함께 하라는 뼈있는 당부였다.